커피는 열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재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커피를 재배하는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아주 쾌적한 기후를 갖추고 잇습니다.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알맞은 산의 경사진 비탈이나 선선한 고원 지대에서 커피를 재배합니다.
동티모르의 경우, 티모르섬 북동부에 위치한 수도 딜리는 해발 0m, 연평균 기온이 30도 이상이며 습도가 높습니다. 그곳에서부터 남서 방향으로 표고 1,600m에 있는 레테포호는 기온이 10도 전후로 낮아지며, 매우 선선하여 사람이 살기에 쾌적합니다. 100m당 평균 125도씩 기온이 내려가는 셈입니다.
1. 커피가 자라는데 필요한 것
1) 기온
커피의 생육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연평균 기온 22도 정도의 고지대에서 잘 적응합니다. 아라비카종의 자생지인 에티오피아 고원은 그늘이 많고 연평균 기온이 20~24도 정도입니다. 적정 온도보다 올라가면 열매가 빨리 익고 수확량이 많아지지만, 나무가 빨리 늙고 잎곰팡이병에 걸리기도 쉽습니다. 반면 기온이 너무 낮으면 나무가 늦게 자라고 몸집이 왜소해지므로 수확량 역시 적습니다.
2) 일조량
직사광선을 많이 받으면 잎으 온도가 올라가 광합성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직사광선이 닿지 않도록 동쪽 산기슭의 완만한 비탈에서 주로 재배합니다. 그 외의 장소에서는 셰이드 트리(shande tree)로 커피나무보다 키가 큰 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오후에 구름이 많아져 가연적으로 햇볕이 가려지는 코스타리카나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처럼 셰이드 트리가 필요 없는 곳도 있습니다.
3) 우기와 건기
열대 지방에는 우기와 건기가 있습니다. 많은 커피 생산지에서 건기가 끝날 때 내리는 비 '블로섬 샤워'가 커피나무를 자극하여 일제히 꽃이 피고 7개월 후에 열매가 열립니다. 보통 연 1회 수확하지만 케냐 적도 지역이나 남북이 긴 콜롬비아의 경우 우기와 건기가 연중 두 번 있어 연 2회 커피를 수확합니다.
4) 강수량
커피 재배에는 연간 1,200~1,600mm의 강수량이 필요하며 특히 종자가 자라는 시기인 비대기에 물이 모자라면 수확량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비 내리는 시기가 규칙적이지 않는 등 기상 변화가 찾아 커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습니다.
5) 토양
많은 커피 산지들이 화산과 관게가 깊습니다. 용암과 화산재가 풍화된 토양은 부식이 잘되며 깊이가 깊어서 경작성과 배수성이 좋습니다. 부식질 함량이 높은 토양은 질소, 인 등을 함유하고 수분과 양분을 머금고 있어 토양 침식이나 풍식을 방지합니다. pH 4.5~6.0 정도의 약산성 토양이 좋으며 산성 토양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부족하고 알칼리성 토양은 철과 망간이 부족합니다.
6) 해발고도
커피를 재배하기에 기온이 적합한 생산지는 중미, 콜롬비아, 동아프리카 등지의 해발고도 1,000~2,000m 고지대입니다. 그런데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이 낮아지므로 저지대에서도 커피가 재배됩니다. 중미에서는 해발고도가 품질의 기준이 되어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고품질로 평가받습니다.
2. 아라비카 종 재배하기
1) 종자
열매는 직경 1~1.5cm 정도의 구형으로 맛이 달콤한 과육 안쪽에 두 쪽의 반원형 종자가 마주보는 모양으로 들어있습니다. 마주 보는 면이 평평해 플랫빈이라고도 합니다.
전체 생산량의 약 5%정도는 한쪽 씨만 둥근 모양으로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피베리(peaberry)라고 부릅니다. 하와이 코나의 피배리는 매우 귀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또한 파치먼트를 벗겨낸 종자를 생두라고 하는데, 파종할 때는 파치먼트를 벗기지 않은 상태로 심어야 합니다.
2) 묘목 키우기
많은 농가와 농원들이 물을 이용하기 쉽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흙을 쌓아 묘상을 만들고, 거기에 1~2cm 깊이로 종자를 심습니다. 요즘에는 작은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종자를 심은 후 30~50일이 지나면 싹이 트는데, 발육 상태가 좋은 것만을 골라냅니다. 발아에 알맞은 온도는 28~30도이며 커피 새싹은 뙤약볕이나 강풍, 그리고 강우에 약하기 때문에 그늘을 만들고 발육 상태에 맞춰 일조량을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5~6개월 후 50m 정도로 성장한 묘목을 밭에 옮겨 심어 나무가 자리를 잡게 도와줍니다.
3) 비료
식물이 자라면서 필요한 양분은 질소, 인산, 칼륨이며, 이를 비료의 3요소라고 합니다. 질소는 잎, 가지, 줄기 등 뿌리의 발육에 영향을 주며 수확량을 좌우합니다. 인산은 뿌리, 줄기, 꽃에 필요하며 특히 어린 묘목이 열매가 맺히는 초기 단계에 필수적입니다. 칼륨은 커피체리가 자라는데 아주 중요한 양분입니다.
대부분 우기에 비료를 주고, 건기에는 나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비료를 주지 않습니다. 종자를 빼낸 커피체리 과육에 계분을 섞어 비료를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비료를 주지 않으면 단기간에 마른땅이 되어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4) 셰이드 트리
주로 콩과의 식물처럼 커피나무와 공존할 수 있는 나무가 셰이드트리로 심기에 바람직합니다. 셰이드트리를 심으면 커피나무에 닿는 강한 햇볕을 막아 밭 전체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매해 일정한 양의 커피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셰이드트리는 바람과 서리 등으로부터 커피나무를 보호해 커피나무의 수명도 늘리는 역할도 하며, 잡초의 번식을 억제하는 등의 효과도 있습니다. 중미를 중심으로 콜롬비아, 탄자니아 등 많은 산지에서 셰이드트리를 심습니다.
5) 김매기
잡초는 생육이 왕성하여 커피나무에 필요한 영양분까지 다 빨아먹기 때문에 건기에는 커피나무의 수분 결핍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때문에 멀칭(mulching)이나 사이짓기 작물로 햇볕을 가려 잡초를 죽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6) 사이짓기
커피생산은 대규모 농원보다 주로 소농가에서 이루어집니다. 땅이 좁은 농가는 식용으로 다른 작물도 함께 키웁니다. 콩, 카사바, 채소, 파인애플, 바나나 등이 커피와 함께 재배되는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사이짓기 작물은 셰이드트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가축의 사료나 연료로 쓰입니다.
7) 멀칭
일부 산지에서는 우기가 돌아오기 전에 커피나무에서 쳐낸 가지와 셰이드트리의 낙엽 등으로 발을 덮는 멀칭을 실시합니다. 이는 보습, 배수성, 지온 유지 등의 효과가 있으며 김을 맨 밭보다 멀칭한 밭이 직사광선이 잘 닿지 않아 수분 증발과 지온 상승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온이 낮아지면 부식이 진행되어 커피나무에 양분이 공급됩니다. 부식은 미생물과 지렁이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유기물을 이산화탄소, 물, 암모니아, 인, 칼슘 등의 무기물로 분해하는 것으로 이때 생기는 부식물이 식물의 에너지원이 되어 커피 수확량이 늘어납니다.
8) 물
꽃이 핀 뒤, 커피체리가 자라는 시기에는 안정된 강유량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강우량이 적은 해가 건기가 오래 지속되는 산지에서는 관개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얕은 땅에 퍼져 있는 커피나무의 가는 뿌리가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9) 가지치기
커피나무는 손질을 해주지 않으면 수학 연수가 7~8년으로 줄며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커피나무 열매가 열린 자리에는 다시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매 열리는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가지치기입니다. 수확이 끝난 뒤 곧바로 땅에서 약 30cm 정도 높이로 줄기를 비스듬하게 잘라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줄기에서 옆으로 가지가 자라는데 이를 본관으로 두고 불필요한 싹을 잘라주고 잘 자란 가지만 남겨 양분을 집중시킵니다.
10) 꽃
하얗고 작은 커피꽃은 크기가 1cm 정도이며 자스민이나 오렌지처럼 달콤한 향을 풍기는데 개화해서 사나흘 지나면 그 향이 사라집니다. 우기아 건기가 분명한 산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 블로섬 샤워를 신호로 일제히 꽃이 핍니다. 비가 불규칙하게 내리는 곳에서는 개화시기도 불규칙합니다.
11) 수분과 수정
수분은 꿀벌이나 바람에 의해 이뤄집니다. 같은 나무의 꽃에 수정되는 것을 자가수정이라 하고, 다른 꽃의 꽃가루가 붙어서 수정되는 것을 타가수정이라고 하는데, 아라비카종은 자가수정을 합니다.
12) 커피 체리
열매의 외관이 앵두 같아서 붙여진 이름, 다 익은 커피체리는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나는데, 과육이 적어 식용으로는 부적합합니다.
13) 수확 시기와 방법
생산지에 따라기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연중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커피콩을 수확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확 시기는 북반구의 경우 10월에서 2월 전후, 남반구는 5월에서 9월 전후입니다.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걸쳐있는 콜롬비아에서는 연중 내내 커피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산의 비탈면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경우, 표고가 낮은 지대에서부터 수확하기 시작하여 점차 열매가 늦게 익는 높은 지대로 이동합니다. 보통 나무 한 그루에서 세 번에 나누어 수확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다 익은 열매를 한 알 한 알 손으로 따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인데, 수확량 호가보를 위해 효율성을 우선시하다보면 아직 덜 익은 녹색 열매가 섞이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기술이 좋은 농장에서는 최대한 잘 익은 열매만을 수확하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가지를 손으로 훑어서 따는 방법은 덜 익은 콩이 섞일 가능성이 높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키가 큰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너무 익어 떨어진 열매를 줍는 방법도 전반적으로 콩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