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를 잘 볶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아무리 잘 볶은 원두라도 보관하는 과정에서 향미가 손실되거나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두의 유효기간은 법적으로는 1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원두 내부의 가스가 빠져나가는 시기와 연관이 있습니다. 대형 로스터에서 볶은 원두일수록 가스가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고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합니다.
반면 로스터가 작으면 보존 기간도 짧아집니다. 30kg 이하 로스터에서 로스팅된 것은 한달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원두의 지방 성분이 산화되어 마치 담뱃재와 같은 냄새가 날 때는 먹지 말아야 합니다.
원두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분쇄하지 않은 원두 상태로,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또 보관 용기는 밀폐가 확실히 되는 용기를 사용하고, 보관 온도를 상온 10~20도 사이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분쇄하지 않은 원두 상태로 보관
커피가 가지고 있는 향 입자는 분쇄와 동시에 공기 중으로 빠르게 날아가버립니다. 분쇄 후 한 시간 정도만 지나도 많은 양의 향이 날아가 버리므로, 커피는 추출 직전에 분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카페에 가보면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 그라인더들이 세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커피의 향미를 가장 오랜 시간 보존하고 분쇄하자마자 추출하여 커피 향을 가능한 많이 커피에 녹여내기 위함입니다.
2.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
로스팅된 커피는 내부의 수분 함량이 1~2%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주 건조한 날씨가 아닌 이상 외부의 수분을 흡수하게 되고, 이는 커피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를 '원치 않는 사전 추출'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의 향미가 빠르게 변질되고 원치 않는 향미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로스팅한 커피는 반드시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3. 밀폐된 용기나 포장 사용
로스팅된 원두는 부패가 진행되는 수분율 이하인 1~2% 정도의 수분만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쉽게 부패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씨앗 작물의 특성상 내부에 상당히 많은 양의 지방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바로 산패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커피를 보관할 때는 밀폐된 용기를 사용하고, 빛과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피를 담는 봉투들이 대부분 알루미늄을 증착시켜 공기와 빛의 투과를 막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캔(깡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커피 전문점에 가보면 대부분 투명한 유리병 안에 원두를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객에게 커피를 보여주고 판매를 늘리려는 상업적인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 그런 커피 전문점들은 일반 가정과 비교했을 때 원두가 빨리 소진되는 편이므로 보관을 잘못하여 나쁜 맛이 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상온 10~20도 사이에서 보관
커피 원두는 가능하면 상온에서 보관하고 맛이 변질되기 전에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부득이하게 보관해야 하는 원두의 양이 많아 산패되기 전에 소비하기 힘든 경우에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원두는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냉장실에 보관할 경우 여러 가지 음식 냄새가 커피에 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냉장실에 보관해야 하는 경우에는 완벽하게 밀폐되는 용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냉동실에서는 좀 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만, 역시나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관해 두었던 원두를 냉동실에서 꺼낸 후 바로 개봉하면 온도 차 때문에 원두 표면에 습기가 맺혀 의도하지 않은 사전 추출이 일어납니다. 또 냉동실에서 보관한 원두를 꺼낸 직후 바로 개봉해서 쓸 만큼 덜어내고 또다시 냉동실에 집어넣기를 반복한다면 원두 표면에 습기가 맺히는 현상이 반복되어 마치 담뱃재 냄새 같은 좋지 않은 맛이 나게 됩니다. 따라서 냉동실에서 꺼낸 원두는 바로 개봉하지 말고 실온에 1~2시간 정도 두어서 상온과 같은 온도에 도달한 후 사용하도록 합니다. 미리 작은 비닐백 등에 한 번 마실 양만큼씩 소분하여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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